하늘다리사색

면생리대 만들다

00하늘다리 2006. 3. 11. 21:43

"왜 물에 안들어가 ? 사우나 안할래 ?" 라고 남자 동료가 물었다. 월경 중일 때 남자들이 이렇게 물으면 여자들은 우물쭈물 핑계를 댄다.

생리대의 라인이 절대 드러나지 않도록, 혹여나 양이 많아서 새어나지 않도록,비릿한 피 냄새가 나지 않도록... 남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여자들은 이 때만 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좌불안석이다.

마치 알아선 안되고 매우 부끄러운 현상이 내몸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중학교 2학년때 첫 생리를 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여자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소녀가 여자가 되고, 생명을 잉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증표가 월경이거늘 우린 그토록 부끄러워하도록 처음부터 ...당연시하며...의문도 갖지 않고 그렇게...하였다.

 

잠시 그 부끄러움과 조심스런 몸가짐을 해제했던 적이 한번 있었다. 5박6일 영성수련을 받는 첫날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난 단단히 벼르며...뭔가 내 인생에 답을 풀리라는 마음으로 참석했기 때문에,생리 때문에 몸을 아낄 수 없었다. 몸이 많이  찌뿌둥하고 힘들었지만, 고난도의 수련을 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춤을 출 때는 가장 정열적으로, 그대로 실신할 것 처럼...울어야할 때는 내 심연의 아픔까지 끌어올려 통곡했다. 함께 참여한 도반들을 아낌없이 사랑했고, 내 것을 나누어주었다. 그대로 쓰러져 죽을지라도...나는 오늘 최선을 다하리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모든 시간에 임했다. 그랬더니 생리혈이 과다하게 나와서 일회용 생리대를 벗어나 바지를 적셨다. 연회색 바지에 빨간물이 들었다. 옆의 아주머니가 가르쳐줘서 옷을 갈아입기 전까지 아마도...그때 내 옆의 남자들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그때 난 부끄럽지 않았다.생리중에 과도하게 몸을 쓰면 생리혈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프로그램이 몸을 많이 쓰는 것이었으니 어쩌겠는가. 내가 생리중이어서 부끄러움을 가지고, 남에게 들통나지 않으려 한다면 수련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부끄러움을 놓고 수련을 붙잡은 것이다.

 

그때 딱 한번 뿐이었다. 생리 중에 생리한다는 것을 잊은 것은.

난 지금도 생리 중엔 밤잠을 설친다. 생리혈이 새어나와서 옷이나 이불을 버릴까봐. 행여나 누가 내가 생리 중이라는 것을 눈치챌까봐.

 

대체로 생리가 시작된지 3일쯤 되면 아랫도리가 가렵고 따갑다. 일회용생리대가 간편하고 고맙긴 하지만 내 몸이 싫어하는 뭔가가 들어 있는 것인지 3일쯤되면 증상이 나타난다.마침 그때쯤이면 양도 줄어든 단계이기에 외출 중이 아닐 때는 일회용생리대를 빼버리고, 아기용기저귀나, 아예 팬티를 버릴셈으로 아무것도 대지 않는다. 그러다가 피자매연대를 알게 되고, 면생리대를 손으로 만들어 쓴지 2년이 넘었다. 이제 3일이 지나도 따갑고 가렵지 않은 면생리대가 있다.

난 생리대재료를 철저히 재활용했다. 아이들이 아기 때 입던 낡아버린 내의와 면 티셔츠,수건 등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틈틈이 나 자신을 위해 생리대를 만들었다.

그러다 아들녀석과 딸이 묻는다."엄마 뭐만드는거야 ?"

"응 생리대야.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있게 되면 매달 한번씩 몸에서 나온단다. 아기집이 준비되었다가 아기가 안생기니까 피로 나오는 거야."

딸이 "나도 만들어줘" 한다."네가 5학년이 되면 엄마랑 같이 만들자"

이래서 아무도 알지 않기를 원했던 <생리 중>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오히려 당당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고정대,방수천

 

오늘은 업그레이드 된 면생리대를 만들었다.그동안 방수가 안되어서 외출 중에는 면생리대를 쓰지 못했는데 오늘 낡아서 찢어지고 작아진 아이 비옷을 발견한 것이다.그래서 오늘은 외출용 방수면생리대를 오후내내 저녁까지 만들었다.방안을 엉망으로 천조각을 벌려놓고 손바느질하는 나를 남편도 웃으면서 바라본다.두 셋트를 만들었는데 바느질한 손가락이 얼얼하다.

누가 볼새라 꼭꼭 싸서 버리던 생리대였었는데...이젠 정성껏 빨아서 뽀송뽀송 마르면 자꾸 만져보고 싶다.내가 만든 면생리대 자꾸 만지작거리다가 사진을 찍었다.누가 이것을 꽃비대라고 했다.꽃비를 받는 것이라...꽃비대...참 이쁜 이름이다.

 

 

**양이 많을 땐 가운데를 벌이고 방수천을 입힌 속을 넣으면 된다.방수천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평상시는 안하는 것이 좋다.

 

 

**날개있는 면생리대를 고정대에 끼운 모습, 양이 적을 때는 날개없는 것을 끼우면 된다.

 

면생리대를 파는 사이트가 있다.유기농 면이라나...고가에 팔린다. 그러나 난 내 몸의 가장 소중한 곳에서 나온 생리혈을 내가 만든 생리대로 받고 싶다. 기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피자매 연대의 표어처럼 나의 월경 내가 관리하고 싶다. 사랑스런 내 아이들이 입던 헌 내의,셔츠를 잘라 한뜸한뜸 내가 만드는 기쁨을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내 딸이 5학년이 되면 함께 면생리대를 만들며 여자가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성이 무엇인지 도란도란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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