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사색

조상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00하늘다리 2005. 11. 24. 17:57

 

어제 오후 어떤 여자가 현관문을 노크했다.

문 좀 열어보라는 말에 분명 잡상인 아니면 기독교이단들의 방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왜 문 열어야하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이 집에 공덕이 많아서 주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당연하지 우리가정이 하나님을 믿는 가정인데 공덕이 많을 수 밖에...

에쿠~ 이번엔 기독교이단이 아니라 다른 종파전도자구나 생각했다.

 

난 일절거절했지만,이 여자는 끈질기게 문열어주기를 구하는 것이다.

 

"당신 목소리에 공덕이 넘치니 내 꼭 당신의 얼굴을 보고 덕담을 해주고 가야겠다"

 

난 분명 나를 꼬시려고 허튼 수작을 벌인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간절한 마음이 기특하여서 문을 열어주고 밖으로 내가 나갔다. 자그마한 키에 나이가 든 여자이다. 그 여자는 자신은 미륵법당에서 온 수도자이고 인연따라 끌리는대로 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녀는 유불선에 대해서, 나의 인연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기세기와, 에너지파장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말했다. 이미 들은바 있고, 아는 얘기들이었다.무척 추워서...난 그녀에게 요지를 말하라고 했다.

그녀의 말의 요지는 그것이다.

 

"조상들이 빌고 빌어서 아주머니(나)를 낳았으니 아주머니는 조상의 공덕이 쌓인 선물이다.조상들이 아주머니가 잘되길 바라고 있으니 조상을 위해주라."

 

나는 알았다고 했다.나는 종교를 갖고 있고, 조상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내 식으로 조상을 위하겠다.그리고 조상을 위하란 그 말을 담아두고 심사숙고하겠다고 대답하고 그녀를 겨우 보냈다.

 

그녀는 정말 내가 다 아는 얘기만 두서없이 평범하게 ..아주 신비한 비전인 마냥 늘어놓았지만...난 그녀의 정성때문에 굳이 추운데서 몸을 떨며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조상을 위하라"는 말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기독교에선 조상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 뜻은 조상을 업수이 여기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는 유일한 신인 하나님만을 믿으며, 조상신을 의지하고 섬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추도일에 추도식을 하고 예배를 드리면서 조상들을 기억하고,추모하며,하나님께로부터 해서 조상을 통해 우리에게 온 이 육신의 생명에 감사한다. 그리고 친지와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친교를 나눈다.

 

내가 어떻게 조상을 위할 수 있단말인가 ?

그녀는 지극 정성의 제사를 말했는지 모르지만,오늘 내게 그녀의 말은 더 깊은 의미로 내 가슴 속에서 반향한다.

 

학교 다녀온 아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내가 물었다.

 

"너 한 사람 안에는 부모의 모든 정보가 있는 유전자로 만들어졌지.너 안에는 부모의 삶이 새겨져 있어. 그리고 부모들에게는 그 위의 부모들의 ,그리고 그 위의 부모들의.....

여기서 끌까지가면 뭐가 있을까 ? "

 

"하나님"

 

"오~ 우리 아들 잘 아는구나. 그래, 하나님이야. 너 안에는 아빠가 있고,엄마가 있으며,아빠 엄마의 부모님이 들어있고,그 부모님의 부모님들이 있고....모든 조상들이 있으며...그 마지막에는 하나님이 너 안에 있지"

 

"응.내 안에 하나님이 계셔"

 

"그러므로 너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위하는 것은 너 안에 있는 부모님과, 조상들과 하나님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지.....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그 사람들 안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조상들이 계시고 마지막엔..?"

 

"하나님"

 

"그래, 착한 내 아들아. 우리는 윗대로 올라갈수록 같은 조상들을 가질 수도 있고, 좀 다르더라도 마지막은 하나님에게서 뿌리가 같단다. 다른 사람들 안에도 하나님이 계신단다.

그러므로 네 동생과 너는 아빠와 엄마의 같은 뿌리에 나온 가장 가까운 남매지간이므로 정말 사랑해야한단다.이 세상에 너희 둘만이 아빠와 엄마의 같은 뿌리에서 나왔단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아빠 엄마는 아니지만 하나님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넓게 보면 우린 모두 형제요 자매요 남매이지.그러므로 다른 사람들도 네 동생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한단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습니다.

조상의 소원으로 조상의 공덕으로 이 땅에 내가 태어났으며, 난 조상이 준 선물이라고...네, 그녀의 말에 공감합니다.

 

"조상을 진실로 위하라"는 그녀의 덕담은 제게 귀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조상의 에센스가 고스란히 압축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것이며,

그 조상 너머의 마지막에 서 계시는,그리고 조상을 통해 나를 이 세상에 있게하신 하나님께 나를 더욱 헌신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와같은 조상을 가졌을지 모르는 우리 민족,

그리고 근원이신 하나님의 뿌리에서 같은 형상으로 타고난 인류를 사랑하겠습니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딤전4:4)는 사도바울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정말 감사하군요. 미륵법당의 수도자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