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십여년이 지나서 오랜만에 연극을 했다.
내일 있을 전가족예배를 위한 설교 속 드라마다. 4회에 걸쳐서 해야한다.
간단한 skit인데 그것조차도 너무나 오랜만이다.
그래도, 예전에 끼가 살아있었던지, 동료들이 내 목소리에 "캬~"하면서 뻑~ 갔다.
내가 기뻐하고, 내가 가치있다고 의미를 두던 것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왔었던 내가,
이제는 나이를 먹었는지......그때같은 열정이 생기질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내가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원시적으로 (?) 몸으로 뛰는 그런 열정은 사그러들었는지도.....
부질없고, 귀찮고,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이 연극 삽입에 내가 출연하는 것을 적극반대하던 나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할 수 없이 못마땅한 기분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그래도, 막상, 대본을 받아드니, 나는 바로 분장도구를 준비하고, 대사에 몰입했다.
뒷방 늙은이 신세가 서러운 소외된 할머니 역이었는데....난 이내 할머니로 감정이입에 들어갔다.
나의 짧은 대사를 듣고 있노라니 마치 TV문학관에서 본 어느 할머니의 독백같다고 젊은 전도사님이 말한다.
그래, 잠시 그 할머니가 되었었지.
그러나, 연극연습이 끝나고 이내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왔다.
인생에서 나의 역할도 이렇게 몰입했다가,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을까 ?
나의 역할이 너무나 생생해서......날마다 그것만이 내 모습인줄 알고 동일시해버리고 살아왔기에.....
이제야 게슴츠레 눈을 비비고, 본래의 나를 기억해보려고 몸을 뒤척인다.
나는 누구였던가?
지금 나는 누구인가 ?
이것은 꿈인가 ? 생시인가 ?
이것은 뇌가 만들어낸 효과인가 ? 실재인가 ?
........
'하늘다리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 종말 의식의 체험 (0) | 2005.07.26 |
---|---|
나의 어리석음과 좌절감 (0) | 2005.06.15 |
나의 고통 (0) | 2005.04.25 |
[스크랩]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 (0) | 2005.04.15 |
사랑 밖에 난 몰라 (0) | 200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