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사색

허접한 것과 탁월한 것을 묻다

00하늘다리 2015. 5. 16. 12:00

2015.5.16   허접한 것과 탁월한 것을 묻다.

 

어젯밤 학부 때 교수님께 스승의 날 축하 문안인사드렸다.

스승은 이일호 목사님이시고 현재 총회파송 비거주형 협력선교사로 인도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은퇴 후 인도라는 땅에 들어가서 그 큰 땅덩어리를 누비며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는 일을 한다.

몇년 안되었는데 벌써 400여개의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꼭 날 생각나게 하는 여목사를 한국탐방팀에 데리고 들어왔단다. 

무엇이 날 생각나게 하냐하면...ㅎㅎ...

"하는 것 마다 성적이 우수해서...꼭...전목사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더라."

난... 요즘 몸이 안좋고 체력이 훅 가서 치료에만 집중 중이고 치료받으면서 박사논문 쓰게되어 허접하게 겨우 통과했다고 대답했다.

20대의 젊던 내가 아니라는 것...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만큼 내 자신이 못해서 속상하다는 것을 말했다.

 

"논문 통과한 것만도 감사하고, 허접한게 아니라 우리 삶이 원래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닙니다."라고 하신다.  

 

이 말씀이 나를 해갈한 것처럼 하룻밤 자고 일어나도 떠오른다.

나의 전문분야이면서 탁월하지 못한 것...

또 공공영역에서 남이 탁월하진 못해도 전문적이지 않으면서 전문적인 그 자리에 차지하고 있어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일을 힘들게 하는 것 !!

이런 것을 접할 때 그것이 정치이든지, 기독교계든...

고통이 밀려왔고 내 자신과 직접적 가까이 관련된 것은 그것을 바꾸고 수정하기 위해서 애쓴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과도한 에너지가 쓰였고...마침내 몸이 타격을 받았다.

에니어그램 1번 완벽주의를 역동적으로 쓰는거야, MBTI에서 NT 기질, ENTJ가 원래 그래 !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었지만..속시원하지 못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내 눈에 허접하게 보였던 것들...

'메이딘 차이나'부터 시작해서...허접하다고 느끼고 화가 났던 것들...

난 내 전문분야가 아니면 감히 나서지도 않건만

전문가도 아니면서 감히 비전문가가 전문분야에 허접한 충고를 하는 사람들...

30대 초반 때 모교대학에서 강사로 오라고 해도, 박사과정 중에 모 대학원에 전임교수직으로 오라고해도 다른 여건도 있지만, 내 실력이 아직 아니라고 거절했건만...

이 세상은 자격도 안된 허접한 무언가들이 대충대충 자리들을 차지하고 있어

정직한 자들이 손해를 보고 세상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했었다.

끝없이 탁월함을 내려놓으면서도 자동반응처럼 탁월함을 추구하고 있는 내 모습.

 

다시 스승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허접한게 아니라 우리 삶이 원래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졸업논문상을 받을 정도로 논문을 잘 쓰고 싶었다. 적어도 내 자신에겐 만족되어야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뇌파(EEG)측정을  몇번 했더니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집중력 유지가 안되는 것으로 기계는 측정했다.

ADHD나 나올 정도로 나는 집중할 수 없는 뇌를 가졌고, 현재는 뇌를 쉬어야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내 전문분야에서 난 탁월함은 커녕...나 자신이 허접하게 된 것이다 !!!

그 어떤 변명도...필요없다. 모든 것은 핑계가 있다. 이것이 나를 더 우울하게 했다.

 

남에 대해선 이 탁월함의 요구에 대해서...

주님 안에서 사랑과 자비로, 은혜로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고 있었다...

그런데...이제, 나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나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

난 나를 거절하게 될 것이고 계속 화가 날 것이고, 건강하게 되기 힘들 것이다.

 

육체의 고통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사람들이 내게 뭔가 요구할 때마다 내가 그것을 해결해줄 체력이 안되기 때문에 거절해야하고,

그럴 때마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 내가 왜 거절하는지 설명해주는데...그것도 구차하고 힘겹다.  

이렇게 연약하고, 허접해보이는 나 자신을 허용하고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고 느낀다.

그게 겸손이고 내려놓음이다. 나를 허용하고 받아주는 것 !

 

이 시점을 잘 통과하고 나면 - 나는 통과의례라고 느낀다. 지금을 ...난 좀 더 느슨하고, 좀더 편안하고, 좀더 자유롭고, 좀더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까 ?

지금은 탁월함에 대한,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강제적으로 내려놓는 때다 !

 

역시 스승님이다.

 

- 하늘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