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관련

빌라도보고서-7.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00하늘다리 2009. 6. 25. 08:47

이 때는 이미 몰려 온 군중들의 무게로 층층대의 대리석 계단이 삐걱거렸습니다. 그들은 그 [나자렛] 사람을 다시 저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저는 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재판하는 장소로 나아가서 엄격한 어조로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 나자렛 사람의 죽음이요"하고 그들은 대답하였습니다. "무슨 죄 때문인가?" "그는 참람한 말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모독하고 성전의 황폐(荒廢)를 예언하였으며 그 자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유대인의 왕 [메시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로마의 법은" 하고 저는 말했습니다. "그러한 죄는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냉혹한 챁폭도들이 소리질렀습니다. 분노한 폭도들의 고함소리는 관저의 기초까지 흔들어 놓았습니다. 군중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그 [나자렛] 사람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핍박자들로부터 예수를 보호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헛수고로 돌아가고 저는 마침내 그 순간 예수의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된 방법을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즉 이러한 명절에는 죄수 한 사람을 놓아주는 것이 그들의 관례였으므로, 저는 예수를 자유롭게 놓아 소위 그들이 일컫는 [속죄양]으로 삼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하여서는 하루를 온전히 금식하지 않고서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그들 자신의 법을 들어, 앞뒤가 맞지 않는 그들 주장의 모순성을 지적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죄선고는 [산헤드린]의 동의를 얻어 의장의 서명을 받아야 하며 또 어떠한 범죄자일지라도 형의 확정선고를 받은 당일에는 그 형의 집행을 할 수 없으며 다음날에 집행한다 할지라도, 집행전에 [산헤드린]이 전 경과를 검토해 보아야 하며, 또 그들의 법에 따라서 한 사람이 기(旗)를 가지고 재판정 문에 서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말을 타고 좀 떨어진 곳에서 범죄자의 이름과 죄명과 증인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쳐, 혹시 누가 그를 변호할 사람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봐야 하며, 형 집행 도중 범인이 세 번 뒤를 돌아보아서 새로운 사실을 자신에게 유리한 변호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구실을 말해줌으로써 그들이 두려운 마음으로 복종하기를 바랐으나 여전히 그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고 소리질렀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생각에서 예수를 채찍질 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군중의 분노를 증가시켰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대야를 가져오라고 하여 소란스러운 군중 앞에서 제 손을 씻음으로써 [나자렛] 예수를 죽음에 내어주는 데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만,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이 철면피 같은 군중들이 갈구하는 것은 바로 예수의 생명이었던 것입니다(마태 27,1-26; 마가 15,1-15; 누가 23,1-25; 요한 18,28-19,16).

저는 가끔 시민폭동에서 노도한 군중을 목격하여 왔으나 이번처럼 격렬한 폭동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지옥의 모든 유령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든 것과 같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군중들은 걸어다닌다기 보다는 갑자기 땅에서 불쑥불쑥 솟아나는 것 같았으며, 총독 청사의 입구에서부터 [시온]산까지 이르는 군중들은 넘실거리는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소용돌이처럼 보였고, [판노니아]의 공회소의 소동이나 폭동에서도 결코 들어 볼 수 없는 가지가지의 해괴한 소리를 지르며 모여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