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황혼 무렵처럼 날이 어두워지자, 저 위대한 [쥴리어스 시저]가 죽었을때처럼 적막하였습니다. 마치 3월 보름날 같았습니다. 모반을 일삼는 이 성을 위임받은 통치자로서 저는 접견실 기둥에 기대어 서서 그 죄없는 [나자렛]젊은이를 처형하려고 끌고 다니는 어두컴컴한 지옥의 악마같은 저들의 무서운 계략을 꺾을 계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주위의 모든 것은 황량하게 보였습니다. [예루살렘]은 그 주민들을 [게모니카]로 가는 장례(葬禮)문을 통하여 모두 토(吐)하여 냈습니다.
황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저의 위병들은 기병과 백부장이 가세한 가운데 무력에 의한 질서유지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홀로 남았으며, 그때 잠깐동안 지나간 그 순간은 마치 저 자신이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결을 타고 [골고다]에서 들려오는 큰 부르짖음 소리는 인간의 귀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고통의 소리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구름이 성전꼭대기에 드리워졌으며, 마치도 면사포를 가리운 것처럼 {예루살렘}을 덮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에 나타난 징조들은 너무도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마치 [디오누시오]가 "창조주가 고통을 당하고 있든지, 우주가 떨어져 나가고 있든지 둘 중의 하나다"라고 크게 소리질렀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가공할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에집트에서는 무서운 지진이 일어났으며,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으며 미신에 사로잡힌 유대인들은 거의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안티오키아] 사람인 나이 많고 학식이 풍부한 [발도살]이라는 한 유대인은 이 지진소동이 있은 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가 놀라서 죽었는지 아니면 슬픔으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그 [나자렛] 사람의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날 밤 첫시간이 되기전에 저는 외투를 걸치고 성안으로 들어가 [골고다]로 향하는 문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 제물은 죽어 있었습니다. 군중들은 아직도 흥분하고 있었으나 실상은 침울하여 말없이 절망에 빠진 상태로 집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목격한 사실은 그들을 공포와 양심의 가책(呵責)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저는 또 적은 수의 [로마]병정의 일단이 슬픔에 잠긴 채 지나가는 것을 보았으며 기수(旗手)는 슬픔의 표시로 독수리표 깃발로 얼굴을 가리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또 병정의 일부는 무엇인가 혼잣말을 하면서 지나갔지만 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신(神)들의 뜻을 붸는 [로마]인들을 당황케하는 기적들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한 무리의 남녀들이 걸음을 멈추고는 되돌아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어떤 새로운 경이(驚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갈바리]언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허탈한 마음과 슬픔에 차서 총독청에 돌아왔습니다. 그 나자렛 사람의 피가 아직 얼룩져 있는 계단을 오르다가 저는 문득 한 노인이 무엇을 탄원하는 태도로 서 있는 것과 그 노인뒤에서 몇명의 [로마]사람들이 눈물을 지으면서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내 발앞에 몸을 굽히고 크게 통곡하였습니다.
노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으며, 비록 외국 사람이기는 하지만, 함께 있는 로마사람과 같이 제 마음은 슬픔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제가 본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격한 감정을 가져본 체험이 없었습니다. 예수를 반역하여 판 사람들이나 그렇게도 반대증언을 하고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그의 피값을 우리에게 돌리시오!"하고 큰 소리쳤던 무리들은 비겁한 똥개같이 쑥 들어가버려, 그들의 이빨을 식초로 씻은 듯 시침을 떼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은 대로 예수가 죽은 후에 부활하리나는 그의 가르침이 사실이라면 이 가르침은 많은 군중 가운데서 실현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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