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렛 예수]는 유대인보다는 오히려 [로마]인에게 더 친근하게 말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저는 큰 군중이 모여 있는 [실로]라는 곳을 지나다가 군중에 둘러싸인 한 젊은이가 나무에 기대어 선 채로 군중을 향하여 조용하게 연설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예수라고 누군가가 일러 주었습니다. 그는 그의 연설을 듣고 있는 청중과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저는 그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30세가량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도 마음을 끄는 평온한 얼굴을 본 일이 결코 없었습니다. 예수와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저 검은 턱수염과 황갈색의 안색을 가진 무리들과 어떻게 대조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온 것이 예수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저는 계속 걸었으나 제 부관에게는 군중속에 들어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제 부관의 이름은 [만류스]로서 그는 [카타린]을 잡으려고 오랫동안 [에투루리아]에 주둔한 적이 있는 공작대장의 손자입니다. [만류스]는 [유대]지방에 오랫동안 거주한고로 [히브리]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충성하여 저의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총독청에 들어서자 저는 먼저 와 있는 [만류스]를 발견하였으며, 그는 [실로]에서 예수가 한 말을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읽어 본 어떤 철학자의 작품에서도 예수의 말에 비교될 만한 것은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예루살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항적인 유대인 중 한 사람이 [카이사르(Caesar)]에게 세(稅)를 바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 그에게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기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하였다(마태 22,15-22; 마가 12.13-17; 누가 20,20-26)"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많은 자유를 그 [나자렛] 젊은이에게 허용한 것은 이와 같은 그의 지혜로운 말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를 체포하여 [본디오]로 추방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하였다면 그것은 [로마] 정부가 사람을 다루어 왔던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상반되는 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젊은이는 선동적이거나 반항적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예수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보호의 손길을 그에게 뻗쳐 주었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행동하였고 말하였으며 사람들을 모아서 연설하거나 또 제자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어떠한 관청의 제재(制裁)도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우리 조상의 종교는 예수의 종교로 대치될 것이며 이 숭고한 종교는 [로마]재국을 허망하게 붕괴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가련한 저는 유대인의 말을 빌자면 하나님의 섭리요, 우리의 말대로 하자면 운명의 도구로 쓰여진 것일 것입니다. 예수에게 허용된 무제한의 자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유하고 권세있는 유대인들을 자극하였습니다. 예수가 후자들에게 가혹하게 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그 [나자렛] 젊은이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은 것은 정략적인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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