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황제 티베리오 각하에게
각하께 문안을 드립니다. 제가 다스리는 지역에서 최근 수년동안에 일어난 사건은 너무나도 독특한 일이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나라의 운명까지 변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사건이 일어난 대로 각하께 소상히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모든 다른 신(神)들과는 조화될 수 없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발레리우스 플라슈스]를 계승하여 유대총독이 된 날을 저주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부임한 이래로 제 생활은 불안과 근심의 연속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마자 저는 직위를 인수하고 큰 연회(宴會)를 베풀것을 명하고 [갈릴리]의 영주(領主)들과 대제사장 그리고 그의 부하 직원들을 초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정한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저와 제가 속해있는 정부 전체에 대한 일종의 모욕으로 간주하였습니다.
며칠 후 대제사장이 저를 방문하였습니다. 그의 거동(擧動)은 엄숙(嚴肅)하였으나 외식(外飾)에 가득찬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들의 종교가 그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로마]사람들과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라든지 먹는 것이라든지 마시는 것을 금한다고 변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변명은 신앙심이 깊은 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의 안색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변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략(政略)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순간부터 피정복자는 정복자를 적(敵)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로마]인들에게 이 나라의 제사장들은 요주의 (要注意)할 것을 경고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벼슬과 호사스러운 생활을 위하여는 그들의 어머니라도 배신할 자들입니다. 제가 통치하는 모든 도시 가운데 [예루살렘]은 가장 다스리기 힘든 도시라도 여겨집니다. 백성들은 매우 거칠어서, 저 자신 순간순간마다 폭동의 두려움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는 폭동을 진압할 만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저의 지휘하에 한 명의 백부장(百夫長)과 그가 거느린 군대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자기의 통치지역을 방어할 만한 충분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고 알려온 [시리아]의 사령관(司令官)에게 증원군을 요청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이미 획득한 영토를 방어하는 일을 등한히 한다면, 우리 제국의 확장을 꾀하는 지나친 욕심은 결국 우리 정부 전체의 붕괴(崩壞)를 초래케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가능한 한 대중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들 제사장들이 폭도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될수 있는 대로 백성들의 마음과 입장을 탐지하려고 노력하였던 것입니다. 제 귀에 들려온 여러가지 소문들 중에 특별히 제 주의를 집중시킨 사건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젊은 청년이 [갈릴리]지방에 나타나 그를 보내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새로운 법을 고귀한 열정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목적하는 바가 민중을 선동하여 [로마]제국에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제 근심은 곧 걷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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