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인이 될 수 있는가?
어제 여성목회연구소에서 정현경 교수(유니온신학교)초청강의 [내가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인 이유]가 있었다.
정현경 교수는 유니온신학교의 기독교신학자이면서, 동시에 불교의 법사이다.
종교의 메타포(은유)를 굳이 '결혼'이라 하면서 자신을 영적간음자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자신은 '종교'의 메타포를 '언어'로 본다고 했다. 중국인을 만날 때에 중국어를 하고, 미국에서 영어를 쓰고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무 지장이 없다고 했다.
또 하나의 메타포는 '푸드'라고 하면서 아침에 빵과 쥬스를 먹고, 점심에 중국음식을 먹고 저녁에 한국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종교다원주의를 넘어서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서 멀티***(뒷 말이 기억이 안남. 여러 종교를 동시에 신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함)라고 했다.
정말, 종교라는 것이 단순히 언어처럼, 푸드처럼 그러할까 ?
종교를 인간의 초월적 언어라는 점에는 수긍이 가지만, 우리가 쉽게 이리 저리 바꾸어 말하는 외국어 사용경험과 같을까 ?
내가 먹고 싶은대로, 내가 필요할 때마다 바꿀 수 있는 그런 것인가 ?
내게 종교는 전통적인 유대-기독교의 '결혼'이라는 메타포가 적용된다.
결혼은 헌신을 뜻한다.
결혼은 평생 배우자가 아프거나 어렵거나 무슨 일을 당하거나 지속적으로 사랑하며 함께 하겠다는 공적인 헌신선언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할 때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야하듯이 종교를 선택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배우자에 대한 환상이 벗겨지고, 때론 지루해지고, 때론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고, 때론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내가 평생 함께 하고, 헌신하겠다고 선택한 것에 대해 지속적인 결단이 이루어질 때 결혼은 두 사람을 영적으로 성장시킨다.
이러한 지속적 결단은 정말 힘든 길이다. 그것을 증명이나 하듯, 얼마 살아보지도 않고 맞지 않는다고 이혼하는 커플이 많은 요즘 시대에 지속적인 헌신에 대한 결단은 마치 수행자의 모습같다.
나의 기독교와의 결혼생활은 별거도 있었고 이혼의 위기도 있었다.
첫째는 나의 게으름과 불성실 때문이었다. 다른 것이 더 좋아 보여서 헌신에 대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더 좋은게 없나 ? 하고 한눈을 팔았고, 한눈을 팔다못해 아예 짐을 싸들고 나가는 별거의 시절이 있었다. 이 때는 진정한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는 철없는 어린 신부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위기보다도, 복음을 왜곡하고 뻔뻔하게 자신들의 집단적 탐욕스런 에고를 위장하기 위한 포장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덧씌운 제도권 안의 교회에 대한 혐오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제도권의 교직자가 되었기에 내가 사랑하면서도 혐오하는 것들 안에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때론 비굴해지고, 때론 타협하고, 때론 절망하면서 위태한 결혼관계를 지속시켜 왔다.
비록 그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 혐오스런 집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위태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내 손을 붙들었다.
나는 성찬식을 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고,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는 거룩한 신비 앞에서 감격에 휩싸인다.
나의 살과 피를 먹지 않는 자는 나와 상관이 없다는 그리스도의 말씀 앞에서 나는 그리스도를 먹음으로써 그리스도가 나의 '푸드'가 된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는 게 무슨 문제입니까 ? 국제화된 사회에서...."
비록 메타포이긴 하나 마치 한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이들이 지성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실제로 한국에는 기본적으로 모국어와 영어는 할 수 있어야 지성인축에 낀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전과목을 영어로 수업하자고 주창했다. 조선시대에 한문을 알아야 식자였고, 한글만 쓸 줄 알았던 이는 무지한 백성이었던 것처럼...),
한가지 음식만을 먹는 것이 촌놈처럼 느껴지는 이 강연장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나는 강의를 들으면서, 이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잡식성인지 몰라도, 나는 단순해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음식(푸드) 하나만으로도 족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리스도라는 음식(푸드)를 먹을 때, 나 또한 그리스도의 음식이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것 저 것에게 뜯어 먹히고 싶지 않아요. 나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게만 먹히고 싶습니다. 나는 예수께서 나를 제발 다 잡아 잡수셔서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소멸되기를 진정 소원합니다.'
나는 정현경 교수가 기피한 '결혼'이란 메타포를 내가 신앙하는 기독교에 적용하고 있고,
그녀 자신이 말한 일방적 방향의 '푸드'라는 메타포는 내게는 먹고 먹히는 쌍방의 의미이기에 정교수처럼,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일 수는 없다.
난 고등종교의 경전들을 읽고 매료된 적도 있고, 지금도 싯타르타, 노자, 장자...우리나라의 해월 최시형 등을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하고 있지만,
내가 결혼한 이는 예수 그리스도요,
내가 먹는 주 음식은 예수 그리스도요, 내가 먹히는 대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길 소원하고 소원한다.
성경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마 22:37)고 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사랑하고,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전력질주해도 모자란다.
어찌 내가 여러 님에게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할 수 있을까 ?
내 마음이 여러 개이고, 내 목숨이 여러 개이고, 내 뜻이 여러 개라면 모를까 !
내게 자아죽음이 온다면,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없으므로...
그러나 자아죽음이 사도 바울처럼 나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되기를 바라기에,
죽어도 내가 주를 위하여 죽고 살아도 내가 주를 위하여 살 것이니
사나 죽으나 나는 주 예수님의 것이다.(롬 14:8)
내가 비록 여럿과 결혼하여 인생경험이 얼마나 다양한지 경험해보지는 못해도,
나는 주 예수님 한분과 결혼한 것으로 만족하니, 이것이 내게는 이 생에서 나의 가장 큰 기쁨인 것을... *******
한국관상지원단 2008.7월둘째주 묵상 글 - 전주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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