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ed Veil .서머셋 모옴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
푹푹 찌는 여름 중국오지를 여행하는 키티(나오미 와츠),월터(에드워드 노튼).
인력거를 기다리며 키티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파티에서 키티를 처음보자마자 반한 세균학자 월터.
자유분망하고 여성적 자의식이 싹트는 키티는 남성중심사회에서 부모님의 권위에 의해 사랑없는 결혼을 해야하는 것에 못마땅해한다.
부모님에게서 도망가듯 월터의 청혼을 받아들인 키티는 낯선 상하이로 남편을 따라 가게 된다.
낯선 상하이에서 조용하고 책만 좋아하는 남편 월터와의 결혼생활은 키티를 무료하게 하고
키티는 매력적인 유부남 영사인 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어느날 월터에 의해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발각된다.
월터는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시골 오지로 자원하고,
월터는 키티에게 이혼이냐 ? 아니면 사지로 따라가느냐 ?를 선택하라고 한다.
키티는 찰리에게 찾아가서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을 해야 월터가 이혼해주겠다고 한 사실을
밝히는데, 찰리는 가정을 깰 마음이 없고 자신과는 그저 즐겼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배신감 속에 찰리를 떠난 키티는 월터를 따라나선다.
콜레라가 창궐할 뿐만 아니라, 서양인과 영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는 1920년대 중국 땅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월터와 함께 키티는 거의 감옥처럼 갇혀지낸다.
월터는 마을사람들의 서양인들에 대한 적개심 속에서도 마을을 콜레라에서 구하기 위해서 헌신적인 노력을 한다.
한편 키티는 프랑스 수녀원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게 되고,
키티는 차츰 월터의 새로운 모습과 진실한 모습에 마음이 열리고,
월터 또한 그녀의 변하는 모습 속에서 키티를 받아들이게 되어
둘은 그 때서야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고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키티는 임신사실을 알게되는데, 그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쩔줄을 몰라하는 키티에게 월터는 "이제 그런 것이 우리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어"라고 말하므로
키티를 위로한다.
겨우 마을사람들의 적개심이 가라앉았을 무렵 콜레라를 피해 피난 온 난민들을 맞아
의료활동을 하던 월터는 콜레라에 걸리게 되고,
키티의 간호 속에서 "나를 용서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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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남는 몇 마디 대사들이 있다.
키티가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보고 사랑하는게 아니야"
그렇다. 흔히 말하듯,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랑은 어떻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사랑관은 그렇다.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보고 사랑하는게 아니다.
여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의 장점을 볼 따름이다.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가정을 버리고 목숨도 건다.
그런데 찰리가 말하듯 "남자의 사랑은 작다."
남자는 사랑에 목숨걸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을 걸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들 듣는 유부남 유부녀의 애정은 지금이나 1920년대나 뻔한 결과이다.
그런데 월터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그는 마치 자신과 그녀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듯이 죽음의 마을로 자원한다.
월터는 배신의 충격과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견디기 위해서 자신과 아내를 사지로 몰아넣고 자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자학 속에서도 , 나는 월터가 드러내기를 꺼린 한 부분을 읽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주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키티의 마음이 조금씩 열려서 월터에게 다가가려고 했을때 월터는 거절을 한다.
그러나, 월터의 말에는 그의 진한 아픔과 사랑의 기다림이 숨어 있다.
"한때는 당신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경멸하고 있어"
그것이 한때였을까 ? 아니다. 월터는 지금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기다리고 있기에,
그는 그녀의 배신 앞에서도 키티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에겐 월터의 그러한 내밀한 고통 속의 사랑이 더 가슴을 저미며 아프게 했다.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의 내면의 절제된 연기력이 뛰어나서일까 ?
나는 영화를 본지 하루가 지나서도 월터라는 주인공의 고통 속의 사랑이 내 가슴에 남아있다.
뒤늦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을 오직 사랑한 월터의 마음을 알게 된 키티....
우리는 어찌 그토록 사랑을 아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
좀더 서로의 사랑을 알아보는데 간격이 좁다면....
월터의 말처럼 "우리는 그간에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했기 때문일까 ?
수년의 결혼생활 동안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했던 우리의 모습도 이러했을까 ?
좀 더 배우자의 사랑이 느껴질 때까지 , 내 마음이 사랑으로 싹트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사랑이 없다고 단정해버렸을까 ?
불같이 타오르며 죽기살기로 뛰어드는 것이 사랑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허상임을 깨닫는데는 아픔을 동반한 시간이 걸린다.
차차 서로를 알아가며 배려해가며 따뜻하게 성숙해지는 사랑은
오래가서 색이 바래도 은은한 향기 스며드는 그런 것이어서
예민하게 사랑을 향해 열려있지 않다면 쉽게 사랑의 향기를 맡지 못할 것이다.
Painted Veil.말 그대로 덧칠한 베일.
거짓으로 꾸며진 베일을 열어 젖히며 작가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 하는 물음과 함께
내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 사랑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사랑은 기다림이고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알 수 있다.
기다리지못해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상처를 준 키티 !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키티를 기다려주지못하고 너무 일찍 죽은 월터...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사랑은 감출 수 없는 것이어서 그 향내를 맡을 수 밖에 없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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