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쉼

기능성 음료 적당히. 차라리 물을 마시는 게…”

00하늘다리 2005. 5. 14. 01:06
“기능성 음료 적당히. 차라리 물을 마시는 게…”
여름철을 맞아 넘치는 기능성음료, 알고 마셔야
미디어다음 / 글, 사진 김준진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 자동차는 한 두개 타이어로 굴러가기 힘들지만 10개쯤 되는 타이어 역시 차의 속도를 더 떨어뜨린다.”
전문가들이 비타민 등 주요 필수영양소를 말할 때 흔히 하는 비유다. 각 필수영양소 별로 너무 적게 섭취하거나 또는 너무 많이 섭취해도 곤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찌는 듯한 여름을 맞아 기능성 음료를 자주 찾는 소비자들이 한번쯤 고려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갈증이 나서 마실 것을 찾을 때 이왕이면 ‘기능’이 있는, 몸에 좋다는 음료를 마시기 마련이다. 기능성 음료가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기능성 음료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은 기능성 음료의 정확한 ‘기능’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능성 음료 섭취에 대한 전문가들은 의견은 “평소 짜임새 있는 식단과 식습관을 유지하고, 각종 첨가물이 포함된 음료보다는 깨끗한 물을 마시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능성 음료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기능성 음료 제품들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본다.

■ 마시는 비타민C, 여름에는 요주의
최근 시장의 비타민C 음료들은 700㎎에서 많게는 1750㎎까지 비타민C를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몇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흡연자 등)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음료를 마셔도 비타민C의 대부분이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전한다. 오히려 음료에 포함된 액상과당과 합성보존료 등 때문에 건강에 안 좋은 면이 많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평소 즐기던 비타민C 음료를 들이킨다면 어떻게 될까. 비타민C는 지친 근육의 피로회복을 촉진해 신진대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마실 경우 요로 결석이나 콩팥 결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요로결석은 10명 중 한 두 명이 일생동안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병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땀으로 수분이 배출되고 소변이 농축되면서 신장, 요관, 방광 등에 결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땀을 흥건히 흘리면 몸 속 수분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다량의 비타민C 음료를 마시게 되면, 몸에 필요한 수분이 먼저 흡수된다. 비타민C는 적정량을 제외하고 신체에 필요 없는 초과량은 자연스레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요로결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비타민C를 과다복용하면 요로결석과 신장결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비타민C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몸 속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 때 나오는 활성산소라는 독성물질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능이 있다. 또 피부노화 방지와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해 피부를 희게 하는 미용 효과도 있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200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나타난 영양소별 1일 영양권장량 대비 섭취비율(%)[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하지만 2001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제2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식생활에 따라 일반적인 성인은 비타민C의 1일 영양권장량의 197%를 이미 섭취하고 있다. 2002년 보건복지부의 ‘계절별 국민영양조사’결과에서는 여름철 비타민C의 공급원으로 감자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참외와 수박도 비타민C의 공급원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제철 과일을 적절히 섭취하는 사람은 구태여 비타민C 음료를 따로 마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시는 비타민C 음료’를 물처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경우를 경계했다. 단맛을 내기 위한 액상과당 등이 비타민C 음료 대다수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당뇨나 혈당이 높은 사람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차라리 전문가들은 목을 축이기 위해서는 물만 마시거나, 비타민C만 따로 복용하라고 권한다. 또 하루 1000㎎ 이상을 음용할 경우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지만, 소화기 계통이 예민한 사람은 복통,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술 ·담배를 즐기거나 과일을 즐기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나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암 환자 등)에게는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비타민C의 1일 영양 권장량은 70㎎이다.

■ 과다한 칼슘 섭취, 오히려 뼈를 약화 시켜
최근 골다공증, 어린이 성장 등과 관련해 칼슘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이용 칼슘 음료로 개발된 제품이 몇 개 언론사에서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칼슘에도 독성은 있다. 칼슘의 독성은 과다 출혈, 뼈의 연화 증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하루 1000㎎ 이상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간혹 나타난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음식을 포함한 칼슘의 섭취 상한선을 하루 2500㎎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생활과 신체조건 등을 고려해 폐경기 여성을 기준으로 1500㎎ 정도까지 괜찮다고 본다. 청소년은 1200㎎ 정도까지가 적정선이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칼슘을 더한 음료를 마시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우유를 통해 칼슘 섭취를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실 칼슘은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 가운데 하나다. 2001년 ‘제2회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칼슘은 1일 영양권장량 대비 71% 가량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활 습관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인의 우유·유제품 섭취량은 미국 등 서구유럽에 비해 1/10에 불과하다. 우리 식단에서 주요 칼슘의 공급원으로는 여전히 우유와 멸치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 우유 섭취량은 부족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우유를 통한 칼슘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기타 기능성 음료에 칼슘을 첨가한 것 보다는 천연적인 상태의 칼슘이 체내 흡수율이 좋다고 말한다. 칼슘 정제나 기능성 음료를 통한 칼슘의 흡수율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10~40%선 정도다. 그에 비해 우유는 70% 까지 흡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 항암, 항노화, 셀레늄은 기적의 미네랄?
한 우유회사의 포장지에 있는 셀레늄에 대한 설명 부분. 셀레늄 함유 음료 역시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이 아닌 일반적인 기능성 음료로 구분되기 때문에, 제조사가 셀레늄의 과다 복용에 대한 주의점 등을 언급할 의무는 없다.
최근 셀레늄이 첨가된 우유 닭고기 양파 마늘 등이 잇따라 출시돼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성분에 비해 셀레늄의 부작용은 심한 편이다. 셀레늄을 과다 섭취하면 탈모증, 손톱 약화 및 소실, 복통, 구토, 체취의 변화,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은 하루 910㎍ 이상이면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 정설이다.

셀레늄의 효능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셀레늄의 항노화 작용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노화 작용에 대해서도 해외 연구 결과는 있지만,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가 아직까지 없다고 전한다. 항암 효과에 있어서도 탁월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 수치가 적정선을 초과할 경우 오히려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셀레늄의 복용은 최대한 의사의 처방이나 조언에 따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약품으로서 셀레늄은 유기셀레늄에 비해 무기셀레늄의 효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콜라겐, 피부를 20대로 돌려준다?
콜라겐의 효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콜라겐은 소나 돼지의 뼈와 껍질을 열처리해 추출된 콜라겐 분자를 모아서 만든다. 고기나 물고기를 조리했을 때 냄비 바닥에 고이는 미끈거리는 물질이 콜라겐이다. 따라서 소나 돼지고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한 업체가 출시된 콜라겐 음료에는 물고기(Fish) 콜라겐을 0.1% 함유하고 있다.

콜라겐은 사람의 몸에서 뼈를 구성하는 칼슘의 접착제 기능을 하고 부족하면 주름의 원인이 된다. 피부미용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이 콜라겐 음료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세 이후 체내 생성량이 70%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효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콜라겐이 피부에 좋다고 해도 먹을 경우 위장을 거치며 다 흡수돼 피부로 갈 것이 남아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차리리 먹는 콜라겐보다 콜라겐이 많이 들어있는 돼지껍질, 꼬리곰탕, 도가니탕 등을 먹는 게 오히려 낫다고 권한다.

또 콜라겐은 당뇨가 있거나 혈당치가 높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 환자의 피 속에 있는 필요 이상의 당 성분은 혈액내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서 ‘당화단백’을 형성한다. 이 당화단백이 혈관의 콜라겐과 들러 붙으면 혈관이 딱딱하게 경화된다. 인체의 모세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 아미노산으로 찾는 활력?
아미노산 음료는 무미한 맛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며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아미노산 계열의 음료에 대해서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평상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특별히 아미노산 음료를 마실 필요가 없고 ▲음료로 섭취된 아미노산은 몸에 흡수되기 보다는 쉽게 배출되는 편이며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간 각종 첨가제와 염분(염화나트륨, NaCl) 등이 오히려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인 사람은 ‘저칼로리’ 표시에 현혹되지 말고, 음료에 포함된 염분 성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서 흔히 유통되고 있는 3종의 아미노산 음료를 분석한 결과, 음식물 등을 통해 체외에서 섭취해야 하는 8가지 아미노산 중 로이신, 발린, 이소로이신의 3가지만 공통으로 포함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합성이 안 되는 메티오닌, 트레오닌, 리신, 페닐알라닌, 트립토판의 5가지 아미노산은 3종에서 모두 빠져 있었다.

한 회사는 아미노산이지만 조미료로도 분류되는 글루타민산을 음료에 첨가시키기도 했다. 글루타민산은 인체에 현기증, 손발저림, 두통, 어린이 구강 신경세포 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유독 나트륨의 함량이 높다. 지난 7월 중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13종의 어린이 과자류(스낵)가 100g 당 500㎎을 초과했다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영양성분 100ml당 나트륨 성분은 각각 A사 50㎎(1.4%), B사 40㎎(1.1%), C사 5㎎(0.1%)로 표시돼 있었다. 나트륨 함유량은 100ml 기준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500ml를 한꺼번에 마신다고 가정하면, A사와 B사 제품에서 각각 무려 250㎎, 200㎎의 염분을 섭취하게 된다. 평소 맵고 짠 식단을 즐기는 우리나라 식습관을 고려할 때 적은 양이 아니다. 나트륨은 주로 소금(염화나트륨) 형태로 체내에 이미 충분히 흡수되고 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과 심장마비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비만인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최소 나트륨 필요량은 유아의 경우 1일 120㎎, 10세 이상 아동과 성인은 500㎎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성인의 하루 적정 나트륨 섭취량을 1.5g으로 정했다. 반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4.8∼8g의 나트륨을 먹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제품은 다른 음료에 비해 나트륨의 함량이 낮지만, 백설탕, 향료, 합성감미료의 사용은 별로 다를 게 없다.


[도움말 : 한강성심병원 윤종률 가정의학과 교수, 아주대병원 박샛별 가정의학과 교수, 한양대병원 이춘용 비뇨기과 교수]

기능성 음료 업체의 견해
기능성 음료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음료 업체 관계자들은 “필요 이상 섭취하면 좋을 게 없다”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또 “회사 입장에서는 상품 마케팅 차원에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비타민C 음료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물 마시듯 비타민C 음료만을 마시면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다”며 “물을 함께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제품을 이야기할 때는) 일반적인 내용을 말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약도 지나치면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료를 개발할 때 비타민C의 양을 조절하는 점도 충분히 고려가 된 사항”이라며 “현대인은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고, 각종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행위 등에 따른 비타민C의 자체 분해량을 따져 제품에 첨가할 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미노산 음료를 생산하는 업체의 관계자도 “음료에 포함된 아미노산의 종류는 효능 보다는 상품 개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능성 음료로 제대로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용성 아미노산을 찾는 실험이 필요했다”며 “그런 과정에서 필수 아미노산 4개, 불필수 아미노산 4개를 선택해 상품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능성 음료 한 병을 마시고 몸 상태가 갑자기 호전되면 그게 음료수인가”라며 “마찬가지로 기능성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트륨 함량이 많은 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1일 권장량이라는 건 하나의 지침일 뿐”이라며 “기준보다 적게 넣으면 좋겠지만 (업체도) 일부러 많이 넣은 게 아니다”라며 “여러 성분을 넣고 음료수를 최종 실측한 결과가 라벨에 있는 ‘영양성분표’이기 때문에 자체 화학반응을 거쳐 생산되는 나트륨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루타민산에 대해서는 “글루타민산은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 알려졌다”며 “글루타민산나트륨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