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쉼

‘현대인, 방부제를 먹고 산다?’

00하늘다리 2005. 5. 14. 00:56
 
‘현대인, 방부제를 먹고 산다?’
피할 수 없는 식품첨가물, 부지런하면 섭취 줄일 수 있어
<생명을 살리는 밥상>기획 - 2편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생명을 살리는 밥상
· 자연 그대로 거둔 먹을거리, ‘건강의 샘’
· ‘현대인, 식품첨가물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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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 A씨는 오늘 점심식사로 낙지덮밥을 먹었다. 곁들인 반찬은 콩나물무침에 오징어젓갈, 게맛살계란말이 등이었다. 게맛살을 제외하면 1차 농·수산물로 요리한 것이기에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있다는 방부제 등의 식품첨가물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A씨의 오판이었다.

낙지덮밥에 양념으로 쓰이는 가공고추장에는 방부제와 감미료, 양조용첨가물이 필요악처럼 들어 있다. 콩나물무침에 사용된 간장은 여기에 소포제가 더해진다. 오징어젓갈에도 기본적으로 산화방지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맛살에는 방부제를 비롯해 감미료와 발색제, 살균제가 추가된다.

요즘 한낮이면 갈증을 일으킬 만큼 더울 때가 잦아지고 있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아이스크림을 즐겨 찾는다. 새참으로 출출하다면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도 곁들인다. 몸에 좋다는 유산균음료도 덤으로 마신다. 하지만 이 역시 가공식품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들을 모두 섭취한다면 최소 10가지 이상의 식품첨가물도 ‘공짜’로 먹게 된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류에는 대부분 감미료와 착색제, 표백제, 착향료, 유화제, 증점제가 들어간다. 햄 샌드위치의 햄에는 아질산염 등 발색제 겸 보존제가 더해져 있다. 샌드위치를 구성하는 빵도 유기농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수입밀가루로 만든 것이라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수입기한을 늘이기 위한 수입밀가루는 밀가루가 아니라 방부제가루라는 말이 입빠른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돌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탄산음료에 비해 훨씬 낫다는 유산균 음료도 치명타를 날린다. 여기에는 방부제와 감미료, 증점제는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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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유발 ‘적색2호’…우리나라선 여전히 사용돼”
서울환경연합이 지난해 10월 서울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타르계 색소 안전성 재검토 및 적색2호 색소 전면 사용 금지 요구집회'을 열고 식약청의 각성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식품첨가물을 기준치 아래로 섭취하면 대부분 건강에 큰 해가 없다. 하지만 먹으라고 권할 수 없는 게 식품첨가물이다”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말이다.

현대인은 빠른 생활습관 속에서 수십 가지의 식품첨가물을 몸에 받아들이면서 산다. 앞선 사례처럼 1차 농·수산물을 재료로 사용해도 양념으로 가공 된장과 고추장, 간장, 화학조미료 등을 사용하면 식품첨가물의 양은 훨씬 배가된다.

일본 교토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보통 하루에 80여종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한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4kg에 이르는 양. 이 가운데에는 사용에 따른 안전성 여부가 여전히 논란 중인 ‘황색4호’ 등 착색료가 포함돼 있는 게 당연하다.

식용색소 ‘황색4호’는 타르계 색소로 초콜릿, 젤리, 사탕, 과자 등에 폭 넓게 쓰인다. 미국 FDA 식용색소규정에 따르면 이 색소는 알레르기와 천식을 유발하고 장기 투여 시 체중감소와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돼 있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들은 섭취를 반드시 자제해야 하는 색소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여부를 꼭 밝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FDA도 발암성을 이유로 사용을 전면 금지한 적색2호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환경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용을 금지한 발암물질 ‘적색2호’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초콜릿과 젤리, 사탕류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2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그 가운데 11개 제품(41%)에서 타르계 색소인 ‘적색2호’가 검출됐던 것.

국내에서는 현재 면류와 두부, 김치류, 고춧가루, 카레, 토마토케첩, 어육가공품, 즉석건조식품 등 47개 품목에 대해 ‘적색2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들의 기호식품에는 별도의 사용금지 조항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적색2호’색소처럼 외국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며 “식약청은 이를 허용하는 나라가 따로 있더라도 위험성이 제기된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판단,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식품첨가물 규제의 대부분이 성인을 기준으로 규정돼 있어 어린이에게 식품첨가물이 쉽게 노출된다”며 “성인에 비해 쉽게 일일 허용섭취 권고량을 초과하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표기법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도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독성을 기초로 추산한 일일 허용섭취 권고량에 따를 경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복합 섭취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개인별 일일 섭취량 조사 등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눈치만 보는 식약청?”
식품첨가물은 그 안정성과 사용 효과, 외국의 사례 등을 검토하고 분석한 뒤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서 지정·고시된다. 이와 동시에 사용기준과 규격도 고시된다. 사용기준의 주요 근거 자료는 ADI(일일 허용 섭취량). 이를 포함해 외국의 기준과 사례가 우리나라 식품첨가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로 인용된다. 해마다 식품첨가물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언제나 해외의 기준을 뒤따라가거나 해외에서 사용 금지한 것도 국내에서 허용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사진에 표기된 아질산나트륨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보존료 무첨가라는 표현으로 인체에 위해한 식품첨가물의 존재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하자 'C'제조업체 등 관련업체는 식품표기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미디어다음
식품첨가물 가운데 햄·소시지에 많이 쓰이는 아질산염의 예를 들어봐도 이 같은 문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식약청이 제시한 일일섭취허용량은 0.0~0.6mg. 이를 근거로 체중 20kg인 어린이의 최대 섭취허용량을 계산하면 1.2mg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햄 한 조각(25g)에 들어있는 아질산염 잔류량 평균치가 1.19mg(12개 제품 평균치, 서울환경연합, 2004년)이므로 어린이에게 햄 한 조각 섭취는 하루 최대허용치와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를 체중 60kg인 성인에게 적용해도 세 조각이면 금새 최대허용치다.

이처럼 식품첨가물의 허용치가 관대하고 그 종류는 갈수록 늘고 있어도 국내 식품첨가물 관련 법률은 오히려 허술하기만 하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법은 식품에 첨가물을 과다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제조업자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판사는 “식품위생법 관련 규정에 필요한 최소량만 나와 있고 문제의 첨가물도 의약품 제조허가 기준에는 적용되지만 식품첨가물로는 기준치가 없기 때문에 형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재판에 기소됐던 제조업자는 의약품 제조허가 기준에서 1일 최대 섭취량이 2.4g인 수산화마그네슘을 1회 섭취용량인 1포에 3.75g씩 넣은 식이섬유 보충용 식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었다.

오유신 서울환경연합 간사는 “식생활은 각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로 각 식품별 섭취 빈도도 나라마다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며 “식약청은 통상 압력 핑계만 대지 말고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 맞춰 식품첨가물의 허용한도를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별로 개별 허용치를 적용해도 실제 생활에서 여러 가공식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품첨가물의 총 섭취량을 줄이자는 의미다.

그는 또 “현재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을 제한적으로 표시돼 있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완전표시제’에서도 그 사용량의 표기는 빠져 있다”며 “소비자가 여전히 기업 브랜드만으로 상품선택을 하게 만드는 오류를 여전히 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높아진 국민의식에 부응…식품첨가물 연구에 박차 가해”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김명철 식약청 식품규격평가부장은 “식품첨가물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 맞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지 않기 위해 국제규격(CODEX)를 따른다는 방침에는 변함 없다”면서도 “예산확충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에 부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개인별 일일 섭취량 조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얼마나 식품첨가물을 섭취하는 지에 관한 연구용역이 올초 시작됐다”며 “복합(병용)섭취에 대한 조사 예산도 내년에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요구 수준에 맞춰 식약청도 식품첨가물 분야를 역점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식품첨가물에 대한 관리와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식용색소 적색2호는 미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기 때문에 현행 규제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귀찮아도 좀더 부지런하면 더욱 건강해져’
해마다 늘어갈 수밖에 없는 가공식품의 홍수, 더불어 다양하게 첨가되는 식품첨가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소비자가 먼저 ‘똑똑’해지는 것이다. 일단 가공식품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굳이 먹어야 한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전문가들은 귀찮더라도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그만큼 식품첨가물의 위험 가능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소시지와 햄류는 유해물질이 최대한 많이 배출되도록 칼집을 낸 뒤 끓는 물에 불그스름한 색소가 배어나오도록 데친다. 어묵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조리한다.
▲ 3분 요리와 같은 레토르트 식품을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 반드시 내용물을 유리그릇이나 도기에 옮겨 담아 조리한다. 이 때 랩의 사용도 자제한다.
▲ 라면은 면을 한 번 끓여낸 뒤 다시 끓여 먹는다. 수프의 주성분도 화학조미료이므로 넣는 양을 2/3 정도로 줄인다.
▲ 통조림은 속에 있던 국물을 모두 따라내 버린 뒤에 물에 행궈 먹거나 조리한다.
▲ MSG 등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를 쓴다. 버섯, 무, 멸치, 다시마 등이 대표적이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거나 국물을 우려내 쓰는 방법이 있다.

이 같은 방법 이외에도 장 교수는 “외국의 소비자들은 가공식품을 선택할 때 포장지에 새겨진 성분표기를 꼼꼼하게 읽는다”며 “우리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식품첨가물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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