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생활

왕초보 수영배우기 필살기

00하늘다리 2009. 4. 7. 10:31

왕초보 수영배우기 필살기

 

내게는 오래된 약점이 하나 있는데 수영을 못한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수련회 장소를 물색할 때면 나는 산이나 계곡을 택했다.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했고, 수영장은 고인 물이어서 더럽다고 하며 택하지 않았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어느 초여름날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어릴 때 사립국민학교를 다녔다. 이 학교는 초여름부터 학교 가까운 곳에 수영장을 임대해서 매주 수영장엘 갔다.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어도 이쁜 수영복을 입고 얕은데서 놀거나 튜브타고 놀았다.

그런데, 어느날 어른들이 들어가는 깊이의 수영장 턱 위에 그냥 발만 담그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떠미는 것이었다.

 

그때 물을 마시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내게는 그 기억이 삭제되어 있었다. 아무리 기억해도, '내가 떠오르지 않으면 누군가 구해줄꺼야'라고 생각하다가 의식을 잃었던 기억 밖에는. 그리고 깨어보니 선생님이 계셨고 나는 누워서 캑캑 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기억나지 않는 그 공포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 공포를 이겨보려고 고학년 때에 수영하는 친구들이 노는 좀 깊이가 있는 곳에 들어갔었다. 물 바깥에서 보기엔 친구의 가슴 정도 오는 것으로 보아 나도 조심해서 벽을 잡고 걸어가면 횡단할 수있을 것 같았다.

내가 우리반에서 두번째로 키가 작았다는 사실을 잊은채....

게다가 그 풀은 옆쪽으로 서서히 깊어지는 곳인줄도 모르고.......

그래서 또 빠졌다. 빠졌다기보다 물을 엄청 마셨고 물과 사투를 벌이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도와달라고 말할수록 물은 내 입으로 들어왔고, 아이들은 내가 즐겁게 노는 줄 알고 오히려 손을 흔들었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물의 깊이가 허리춤 이상만 되어도 두려워했고, 수영을 배워보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내 체중을 의지하는 것이 어찌나 두려운지 악을 쓰며 버티다가 배우는 것을 포기했다.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면 난 항상 어린이 풀장이나 아주 얕은 물가에서 놀았다. 튜브를 타도 발이 닿지 않는 곳은 두려워서 멀리 갈수 없었다. 딱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좋은 보호자였다.

 

영성생활의 핵심은 내 힘을 빼고 겸손히 하나님께 의탁하며 전적신뢰로 사는 것이다.

나는 이 비유를 늘 수영에 비유했었다.

수영을 배우려면 머리를 숙이고,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이 비유를 말하는 나는 육체적인 내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영성도, 하나님도 없고 그저 물에 빠져 죽거나 물을 마실지 모른다는 어릴 적에 온 공포 앞에서 굴복해야만 했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기억나지 않는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몸을 물에 맡기지도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나를 의탁한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 같았다.

여러번 수영을 배우려고 계획했으나 으례히 다른 일정이 겹치면 포기하곤 했었다.

이제는 포기하지 않겠다.

그래서 드디어 사순절이 무르익어 고난주간으로 치닫는 4월에 여러 일정이 있음에도 수영강습에 등록을 했다.

더 이상 수영을 못하는 사람으로 ,물에 몸을 맡기지 못하는 이, 물에 대한 공포에 조종당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어제까지 총 3번 강습을 받았다.

선생님은 내가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진도가 더디다고 했다.

진도가 더뎌도 좋다고 했다. 내가 무서워하지 않고 급하지 않게 배우길 원한다고 했다.

날숨쉬면서 고개를 숙이고 헤엄쳐야하는데, 순간 숨을 멈추거나 들숨을 마셨다. 그러면 영락없이 물에서 바둥거리거나 물을 들이켰다.수영장 깊이는 내 키에서 허리춤보다 조금 위에 온다.

 

수영은 영성에서 말하는 <깨어있음>이 필요했다. 숨쉬기에 깨어 있는 것이 특히 중요했다.

믿음생활은 순간(몇 초, 몇 분....), 잠시 하나님을 잊거나 믿음을 저버려도 표가 안나지만,

수영을 할 때는 순간 숨쉬기를 잊거나 믿음을 저버리고 힘을 주고 긴장하면 가라앉거나 물을 마신다.

나는 깨어잊지 못해서 계속 물을 마셨고, 체력이 약해서 멀리 나가지를 못하고 일어서곤 했다.

 

영적생활도 영적체력이 약하면 고난을 버티거나 세상을 극복하고 자유로워질 힘이 없듯이

수영 또한 기본 체력이 약하니까 물에 잘 떠고 진행이 잘 될 때도 숨이 차고, 심신이 기운이 빠져서 멈추곤했다.

왕초보에게 얇고 노란부표 한 장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초신자들, 믿음이 없는 자들도 신앙생활로 들어가기까지 저런 도움이 필요하겠구나하고 안내자로서 이해함이 생긴다.

어제는 컨디션이 안좋아서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었는데 깨어있지 못해서 물을 많이 마셨다.

그리고 부표를 의지하지 않고 헤엄치기를 처음 배우면서 공포가 또 엄습하는 것을 경험했다.

내게 국민학교 2학년 때에 왔던 '공포의 영'이 있는지 확인해보아야겠다.

아직도 무서움이 내게 있음을 본다.그래도 난 꼭 수영을 배울 것이다. 이것은 나의 영성생활에 중요한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한 올 여름에는 해수욕장에 가서 튜브 없이 놀아야지. 흠흠.....ㅎㅎㅎㅎ    ***

 

*2009.4.7 하늘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