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억지로 먹일 필요는 없다 | |
나는 아직도 몇 해 전 어느 새벽, 인터넷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웹사이트를 잊지 못한다. 사이트의 제목은 ‘완전식품 우유만큼 불완전한 것도 없다’. 완전식품인 우유가 불완전하다고?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이 사이트의 제목도 그 자체가 ‘모순어법’이었다. 우유는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필수 아미노산 20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완전식품이라고 불린다. 그런 우유가 왜 불완전하다는 것일까? 그때까지만 해도 우유의 문제점을 알지 못했던 내게 ‘우유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는 의사들의 모임’에서 만든 이 사이트의 내용은 가히 충격이었다. 그 후 우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몇 권의 책을 찾아 읽게 됐고, 그 중 한 권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프랭크 오스키의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다. 이 책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이다’라고 할까? 먼저 오스키박사는 우리가 우유를 너무 오래, 많이 마신다고 주장한다. 매일 아침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부족해서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을 통해 우유를 간접 섭취한다. 아이가 우유를 싫어하면 부모는 걱정을 하고, 나이 50을 넘어선 갱년기 여성들도 골다공증의 공포 속에서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복통과 소화불량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우유를 마신다. 수유기가 지난 후에도 우유를 먹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게다가 동양인의 80%, 흑인의 70%는 유당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없어 우유를 먹어도 큰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위장 출혈로 철분 흡수가 잘 안돼 오히려 철분이 부족해지고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우유가 칼슘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 섭취하는 음식물 속에 함유된 칼슘 이상을 우유를 통해 보충해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유가 상대적으로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칼슘과 결합해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인이나 황 같은 산성미네랄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칼슘보급 식품으로서의 효과는 떨어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칼슘 보급은 상대적으로 다른 미네랄의 결핍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다른 영양소의 결핍에 따른 골다공증 발생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우유가 흰색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라든가, ‘우유에 대한 부작용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낙농회사가 거물 광고주이기 때문’이라는 음모론까지 가세한다. ‘우유의 유해성’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 결론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유를 싫어하거나 우유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우유를 먹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장래를 위한 가장 훌륭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주장을 이번 기회에 재고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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