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짱

노짱에게 ! 그대를 아직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00하늘다리 2009. 5. 31. 17:29

노짱에게 !

 

오늘 박 집사가 아파서 결석했습니다.

어디가 아픈가 했더니 그 사람 아내 말이 마음의 병이라네요.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다가 노무현전대통령서거로 일주일 내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더니 몸져 누웠답니다.

생전 그렇게 우는 모습 처음 보았다고 하네요.

오늘 저를 보는 황권사님도 그럽니다.

"목사님 어디 아프세요?"

아프진 않지만 기운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거울을 보니 제 얼굴이 수척하고 슬픔이 고여 있습니다.

영결식을 끝내고 마음을 추스리려고 했는데,

대한문 분향소를 무참하게 짓밟고 내동댕이 친 경찰들의 행태를 보고 욕이 나올뻔 했습니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시민의 얼굴과 당신의 영정이 구져져서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것을 보니

와락 눈물이 다시 솟구쳤습니다. 어찌 이리도 모질고 악하단 말인가 ?

우리가 영결식을 하는 동안, 용산, 삼성....후다닥 잘도 처리했더군요.

그리스도인은 항상 활짝 얼굴이 펴야한다고 설교한 저이지만

저는 아직도 얼굴이 활짝 펴지지 않아 죄송합니다.

 

잠깐  !  나의 주님께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주님, 회개할 때만 근심하라고 했는데,

주님, 저를 좀 봐 주십시오.

저는 지금 저 타락한 교회가 권력과 손잡고 있는 것 때문에 참된 교회들까지 도매값으로 넘어가며

당신의 진리가 왜곡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답니다.

주님, 저를 좀 봐 주십시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한복음15: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선 이 말씀을 실천하셨습니다.
여기....그렇게 간 한 사람이 있어 울고 있으니 저를 좀 더 울게 내버려두십시오.

 ................

 

<죄있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는 박목사님 설교가 오전에 있었고,

<불의함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오후 저의 설교였습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외침(하박국1:2-4)이 지금 저의 외침입니다.

 

"오 주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들으려하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폭력으로 말미암아 주께 외쳐도 주께서는 구원하려 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어찌하여 주께서 내게 불법을 보이시며 내가 학대를 보게 하시나이까?

노략과 폭력이 내 앞에 있사오니 곧 불화와 다툼을 일으키는 것이 있나이다.

그러므로 율법이 해이해지고 공의가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오니

사악한 자가 의로운 자를 에워싸므로 부당한 판단이 나가나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비록 더딜찌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정녕 응하리라"(하박국2;3)

그렇습니다. 암울해보여도, 그의 꿈이 짓밟히고 내팽겨쳐진 것처럼 보여도

악인에 대한 심판은 있습니다. 그것이 더딜찌라도.....

당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알이 밀알이 되어 심어졌으며, 그

죽어간 밀알은 위대하게 싹을 틔워 수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12:24)

당신은 성경처럼 사신 분이더군요.....

당신은 성경을 독차지하고 하나님의 자녀라고 우쭐대는 우리에게 몸소 가르침을 주십니다.

 

지금 그대가 그리워서 당신이 즐겨 불렀다는 <작은 연인들>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10대 때 찻집에 앉아 괜히 감상에 젖어 이 음악을 듣곤 했지요.

딸 아이와 함께 부르다가 눈물이 나서 더 이상 부를 수가 없네요.

저는 마치 상주처럼 국민장을 지내는 내내, 국민장이 끝난 지금도 일을 잡지 못하고 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추스리라고 하는데, 제가 아직 맘껏 슬퍼하지 못했나봅니다.

아직도 제게는 애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떻합니까 ?

아직 그대 노무현을 놓지 못하고 있으니, 그대를 보내주겠다고 글까지 써놓고

저는 아직도 그대를 놓지 못합니다.

 

그대 인간 냄새나는 노무현을 직접 마주 대하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었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나는 당신을 잡으려고 하지만, 이제 내겐 추억처럼 당신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디지털 사진들만 있습니다. 

그대의 천진하고 순진무구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왜 이리도 아프답니까 ?

당신의 표정은 어찌 그리도 겸손하고, 진솔하단 말입니까 ?

당신이 차라리 똑똑하고 잘난척했다면 이리도 안 아플 것을......

당신이 좀 권력을 누리기라도 했으면 정말 안 아플 것을.

통치자금인 대통령특별교부금 1조2천억은 뭐하러 포기하셨습니까 ?

그냥 묻지도 않고 정당하게 주는 것도 마다한 당신이 측근들 비리로 수치를 당하셨습니다.

 

당신의 재임기에는 몰랐다가

이제야 그대가 너무 그리워서 그림자라도 좇듯이 그대가 이룬 일들을 하나 하나 들춰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언론에 속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대가 왜 언론과 힘겨루기를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됩니다.

 

나도 참 어리석습니다. 그대가 떠난 뒤에 그대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대에게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대통령이었습니다.*

 

2009.5.31 주일에 하늘다리가 사모곡을 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