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쉼

구례포해수욕장 다녀오다.

00하늘다리 2007. 8. 16. 21:01

조용하면서도, 넓고, 편의시설(화장실,식수대,샤워장)이 있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 !

거기에 소라,고동,조개잡이까지 가능하다면......

 

그런 곳이 있을까요 ? 있습니다.

몇 년전부터 서해안을 즐겨찾게 되었는데, 가까운 제부도부터 시작해서 안면도의 여러 해수욕장과 해안들,태안반도의 해변들을 찾았었지요. 이번에 첫 전교인수련회를 준비하면서 거의 일주일을 검색하고 여러 사람들의 게시판글을 읽고 내린 최종결정은 바로 구례포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캠핑을 워낙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저는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결국 우리 교회는 캐노피천막과 대형텐트,소형텐트 등 엄청난 짐을 들고 14일 일찍 출발하여 오전11시경 비를 맞으며 구례포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내리는 가랑비는 오히려 덥지 않고 타지 않아 햇살에 민감한 저는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태안반도에 해일주의보가 내렸기에 저는 하룻 전날 날씨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그래서 해수욕장은 정말 한산하더군요.

 

저는 이렇게 촉촉히 젖은 바다풍경을 너무 좋아합니다.

태풍 부는 바다풍경은 더 좋아합니다.태초의 기억을 되새기는 느낌이랄까요 ?

근원에 와 닿는 신비로움과 경외감이 올라오지요.

제가 즐기는 것과 상관없이 리더는 야외활동에서 안전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깁니다.그래서, 날씨를 걱정했는데...중간중간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고요합니다.

야영장에서 찍었습니다. 사진찍는 것은 좋아하는데 솜씨가 영 안좋습니다. 역사용으로 찍어서 날짜까지 나왔네요.

야영장은 송림이 있고, 잔디가 있는 곳도 있고, 넓습니다.

자리세는 캐노피3만원, 대형텐트2만원,소형1만원,샤워장(어른2000원,소인1000원)인데 해수욕장 안의 여러 야영장 중에서 중앙야영장에선 말만 잘하면 자리세,샤워비 깎아줍니다.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데 넉살이 좋고 붙임성도 있더군요.^^

 

500데니아 이상의 방수천으로 된 지붕과 벽면, 그리고 35mm의 스텐골조,확실한 AS가능한 캐노피를 구하느라...밤마다 며칠을 새었지요.결국 인디안하우스에서 구입한 3m*4.5m의 캐노피와 투룸텐트가 보이네요.(인디안하우스, OK캐노피 등이 국내자체생산공장을 갖고 질좋은 캐노피를 생산하더군요.)

 

고기굽는 아궁이를, 우리 집에선 거실 중앙이지만 남의 집 뒤에 판 격이 되어서...뒷 집에 엄청 미안한 마음으로 계속 고기접시와 수박을 나누어주어야했습니다. 몇 년 전 선유도에서 옆집의 고기굽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나면서 정말 죄인된 심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실수한 부분인데 야영에서 이 부분은 정말 조심해야할 부분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인것 같더군요.  

 

또 15일 되니 교회들이 많이 왔는데...S교회라는 데가 와서는 파워볼륨을 한껏 올린채 복음송을 불러대는 바람에 제가 깜짝 놀라서 찾아가보니, 저희 야영장하고는 훨씬 떨어진 곳인데도.......꽝꽝 울리더군요.

제 발 저린다고, 저는 찾아가서 타종교인들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왔습니다. 그들의 한 시간 은혜가 기독교 전체의 욕을 먹게 할 순 없지요.

다양성의 사회에서 타문화와 타종교가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복음이 무시당하고 거부당하지 않고 더 잘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찬송가와 복음송 노래가 야영장 전체를 귀가 울리도록 꽝꽝 울리는데... 기쁘기 보다는 마음이 답답했지요. 다행히 S 교회 목사님은 말을 알아듣고 바로 소리를 줄여주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안그랬으면 기독교수호를 위해 한바탕 싸웠을지도....ㅎㅎㅎㅎ......약간 주책이지요. 작년엔 사목해수욕장에서 뒤에 있는 가톨릭수련관에서 꽝꽝 울리는 광고 소리 때문에 소음공해를 느꼈어도 꾹 참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몇시간 뒤에 날씨가 좋아지자 중년이상의 연세 지긋한 남녀분들이 놀러와서는 캐노피천막을 대여해서 야영장 중에서도 가장 바닷가에 인접한 언덕에 떡하니 쳐놓고는 유행가를 꽝꽝 털어놓고 막춤을 추더군요. 멀리 바다 안에서 물놀이하는 내 귀에 쨍쨍 들렸다면 말 다했지요.

......주책..... 귀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내 집 사람들이 아니기에, 어른신들 노는데까지 쫓아가진 않았습니다.ㅎㅎㅎㅎ

비키니수영복을 입은 미인들을 보려면 여긴 아닙니다.이 넓은 해변에 15일엔 제법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이틀동안 비키니수영복의 여인 딱 두명을 보았습니다.^^;;;; (비키니수영복의 미인들을 보려면 보령 머드축제에 가라는 정보가 있더군요.^^::::)

 

 

간조 때는 바위들이 있는 오른쪽 끝에 조개나 고동,소라가 많습니다.참, 소라나 고동은 바위 아래를 보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것 아시죠 ?  너무 어린 것들은 잡지 않는 것도 다음을 위한 배려겠지요. 골뱅이는 철이 아닌 것 같더군요. 산란기인지 새끼 손톱만한 골뱅이만 깔렸습니다. 가을 쯤엔 손바닥 만한 골뱅이가 있지 않을까요 ?

갈 때 2시간30분 걸렸는데 돌아오는 길은 4시간이 걸렸습니다.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구례포해수욕장......더 한적할 때에 단촐하게 다시 오고 싶네요.

단체수련회여서 전체를 총괄해야하는 입장이어서 무척 피곤하긴 했지만, 파도에 몸을 실으니, 그때만큼은 아이처럼 기쁨의 소리를 지르며 잘 놀았습니다.

구례포해수욕장의 물,파도,바람,비,햇살, 조개, 송림, 야영장, 서비스업자들.....모든 것들에 감사드립니다.

밤새 파도소리에 마음이 설레여 잠을 못잤는데....

조용할 때 찾아와서 해조음을 들으며 명상에 잠길 기회 갖고 싶습니다.***

 

-2007.8.16 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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