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영성

성서로하는 기도

00하늘다리 2005. 3. 25. 21:20
성서로 하는 기도

John. A, Veltri, S.J. / 김영택 신부(예수회)

하느님이 우리에게 먼저 말씀하신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먼저 말씀하신다는 이 확고한 진리로 우리는 기도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 훨씬 오래 전부터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셨다. 하느님은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시고 다음과 같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그렇게 하신다.

- 예수님 안에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함께 모여있기에 교회, 시대의 지혜 등을 통해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 창조는 말씀 안에 있었고 하느님의 또 다른 자기 계시다(God's self-revelation).

- 우리 삶에서 있어나는 사건과 체험을 통하여

- 하느님이 진실로 현존하시는 성서를 통하여

기도에서 성서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여기서 다루게 될 의사소통 방법이다. 하느님이 우리보고 들으라고 초대하시기에 하느님이 먼저 시작하신 것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말씀한 것을 듣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도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어떻게 들을 것인가

자신이 기도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보통 성서로 기도할 때 서둘러 바로 기도에 들어가지 않는다. 정중하고 편안한 자세로 긴장을 풀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얼마동안 조용히 머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당신은 그가 말하는 것 외의 일은 다 젖혀 두고자 애쓴다.

기도할 때 침묵과 고독 속에 있으면 이것이 가장 잘 될 수 있다. 성서에서 짧은 구절 하나를 택한다. 그 구절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 번 그 구절을 읽는다. 그 구절에 표시를 한다. 혼자서 고요히 머물 수 있고 하느님의 현존에 마음놓고 대답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내적으로 고요해지도록 한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기도하려고 자주 혼자 산으로 올라가셨다. 소음과 할동, 그리고 긴장이 연속되는 우리 시대에 마음써야 할 것과 해야할 일을 잊는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억지로 모든 분심들을 다 없애버리겠다고 마음먹지 않도록 한다. 이런 면에서 걱정은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보다는, 말씀이 몸이 되셨기에 일상의 소음과 혼동 속에서도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로는 기도를 준비하면서 긴장을 풀고 주변의 소리를 들오본다. 하느님의 현존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감각과 느낌, 생각, 희망, 사랑, 놀라움, 욕구 등의 생생한 체험에 주목한다.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의 이타적이고 사랑스런 현존에 주목한다. 하느님께 단순하게 말을 걸고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예, 당신은 생명과 내 안에서 느끼기를 진정 사랑하십니다. 당신은 진정 나에게 당신의 인격적인 생명(personal life)을 나누기를 사랑하십니다. 당신은 내게 현존하십니다. 내 안에 살고 계십니다. 예, 당신은 진정 그렇게 하십니다."

하느님은 지금 성서 안에서 당신에게 말씀하시고 당신 안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시는 성령을 통하여 당신 안에 현존하신다.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해 달라는 은총을 청한다. 천천히 그리고 주의 깊게 성서를 읽는다. 많은 부분을 읽고자 서두르기 않는다.

만약 해당 구절이 예수님 삶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것이면 그 신비 속에 머문다. 예를 들면 치유받은 소경과 같은 등장 인물들과 나눔다. 그들의 태도에 대해 나눈다. 예수가 말하는 것에 반응한다. 어떤 단어나 구절은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준다. 그런 말씀을 음미한다. 그 말씀을 가슴에 간직한다. 당신에게 떠오르는 것들, 예를 들면:

- 예수님과 새로운 방법으로 함께 있는 것을 느낌 또는 그분이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오심 (예:여느 때와 다른 방법으로 당신을 치유하고 받아들여 주심)

-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함

- 하느님의 현존으로 행복하고 그냥 만족스러움

- 말씀하신 단어들로 인해 갈등하고 혼란스러워짐

- 새로운 의미를 체험함

-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됨

이런 것이 떠오를 때 잠시 멈춘다. 이 때 바로 하느님이 당신에게 성서의 말씀으로 직접 말씀하신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서두르지 않는다. 그 체험으로 더 이상 당신에게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는다. 위안을 얻는 것이나 의사소통이 우리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고자 때때로 하느님은 메마름과 공허감을 허락하신다. 어느 때 하느님은 안 계신 것처럼 아주 가까이 우리 곁에 계신다(시편 139,7-8). 하느님은 이타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심지어 기도할 능력조차 없어보이는 우리의 모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우리를 위해 계신다. 듣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표시이고 가슴에서 나오는 진정한 기도다. 이러한 때에 바오로의 말을 떠올려본다. "성령께서는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 어떻게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성도들을 대신해서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27).

기도할 때 긴장을 푼다. 하느님께서 당신만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기억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내리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 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이사 55,10-11)

자신의 안과 주위에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의식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원한다면 자신의 관심거리를 말씀드리거나 기쁨, 슬픔, 소망 등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기를 바란다.

요약하면,

성서구절 : 성서 구절 하나를 택하여 표시하고 준비한다.

장    소 : 하느님의 현존에 홀로 마음놓고 응답할 수 있는 장소에 간다.

자    세 : 긴장을 풀고 평안한 상태를 지닌다. 마음과 몸의 조화를 이룬다.

하느님의 현존 :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인식하며 이에 반응한다. 준비가 되었으면 기도를 시작한다.

성서구절 : 아주 천천히 크게 읽고 주의 깊고 평온하게 듣는다. 잠시 멈춘다. 마치 연애 평지를 읽듯이 가슴으로 듣는다. 마음이 끌리는 때나 곳에 머물고 반복해서 크게 읽거나 속삭인다. 내포된 교훈이나 의미나 놀라운 생각이나 결론들을 찾으려고 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돌보는 사람의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아이처럼 만족한다. 기도 중이거나 기도를 막 끝낸 뒤에 하느님, 예수님 또는 자신이 들은 것과 관련된 편안하고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

돌아보기 : 기도를 끝낸 뒤 기도 중의 체험을 성찰한다. 이 성찰은 자신의 체험 속에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을 주목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출처 : 이냐시오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