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위한 기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 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매일매일 돌처럼 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