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답답합니다"
"무엇이 답답하냐?"
"어서 이 미망에서 벗어 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잘 되지를 않느냐?"
"누가 싫은 소리를 할 때 화부터 내는 나쁜 버릇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가 그것을 나쁜 버릇이라고 했느냐?"
"그럼 그게 좋은 버릇입니까?"
"그냥 버릇일
뿐이다. 무엇이든지 좋게 보면 좋게 보이고 나쁘게 보면 나쁘게 보이는 법이다"
"그러니 누가 싫은 소리를 할 때 화부터 내는 이
버릇을 내버려 두라는 말씀입니까?"
"나는 그런 말 하지 않았다. 너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잊었느냐? 아무것도 잡아 둘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잊었느냐? 세상에 고정된 실체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잊었느냐? 너는 싫은 소리를 듣고 화부터
내는 버릇을 결코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런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지금의 너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되려고 하지 말아라. 너는 이미 완벽한 사람이다."
"제가 이미 완벽한 사람이라구요? 아닙니다. 저는
너무나도 모자라는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렇다. 너는 완벽하게 모자라는게 많은 사람이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다. 너는 모자라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저는
슬기롭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렇다 너는 슬기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완벽한 사람입니까?"
"그렇다.
너는 완벽하게 슬기롭지 못한 사람이다."
"저는 용기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 너는 완벽하게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말장난 처럼 들립니다."
"사람의 말이란 원래 말장난이다. 말장난 아닌 말이 없다. 내 일찌기
사십여년일자불설이라 하지 않았느냐? 사십년동안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는 그말도 말장난이긴 마찬가지다만....말이란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과 같다.
보면서 보지 말고 들으면서 듣지 말아야 한다"
"무슨 말씀인지 대강 짐작됩니다만, 그래도 답답합니다."
"답답하거든
답답하거라."
"그래도 됩니까?"
"너에게는 '그래서 안 되는 것'이 없다. 너는 지금 여기에서 이미 완벽한 존재이다.
다른 어떤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그렇다면 한마디만 더 묻겠습니다. 제가 이미 완벽한 사람이라면 어째서 저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온전하신 것 처럼 너도 온전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까? 선생님 말씀에 모순이 있지 않습니까?"
"왕자가 자기
신분을 잊고 거지로 살아간다. 너라면 그에게 뭐라고 하겠느냐?"
"너는 왕자이니 왕자로 살라고 하겠습니다."
"내 말이
그 말 이었다."
--이현주 목사님의 "지금도 쓸쓸하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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