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신동엽,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00하늘다리 2005. 5. 25. 14:0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申東曄, 1930-1969)  부여 생

건국대 대학원 국문과, 전주사범 및 단국대 사학과 졸

1959년 <조선일보>에 장시(長詩)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입선하여 등단

역사에 대한 재해석과 비판, 민족적 운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맑은 감성, 은유, 고운 언어로 표현

주요 시집으로 <아사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금강> 등